[책마을] 애덤 스미스는 금융위기 방임죄…마르크스는 허위사실 유포죄

입력 2015-08-06 18:38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조원경 지음 / 책밭 / 429쪽 / 1만8000원



[ 고재연 기자 ] “애덤 스미스는 우리 삶에 있어 자연을 상품화하고 공동체 사회를 해체하고 전통문화를 파괴하도록 시장이라는 ‘악마의 맷돌’을 계속 돌아가게 한 과대 망상적 ‘효율지상주의자’입니다. 본인은 피고인을 ‘금융위기 방임죄’로 기소합니다.”

경제학자가 이론을 발표한 뒤 시대가 변하면서 그들의 이론에도 오류가 등장하고, 죽은 경제학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된다. 애덤 스미스는 금융위기 방임죄, 카를 마르크스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국가전복 음모죄’, ‘비교우위론’의 데이비드 리카도는 ‘부당 경쟁의 교사범’으로 기소된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계급 적대주의자’로, 게리 베커는 ‘결혼에 대한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불려가 자신들의 이론에 대한 논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경제학자 10명을 법정에 세워 치열한 공방을 펼치는 법정 드라마다. 가상 인물인 장범 경제학 교수가 ‘오만과 편견’이란 逞╂?모의법정 수업을 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루한 개인사나 그래프, 수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스미스, 마르크스, 조셉 슘페터 등 피고인뿐 아니라 유명한 역사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과학자들이 등장해 경제학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흥미진진한 논쟁을 벌인다.

스미스의 재판에선 ‘리바이어던’에서 강력한 정부의 필요성을 주장한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등장한다. 홉스는 강력한 정부만이 이기적인 개인 간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며 스미스를 법정에 세운다. 두 사람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책임 소재가 각각 ‘시장 실패’(홉스)와 ‘국가 실패’(스미스)에 있다며 끊임없이 논쟁한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와 자유주의 대표 사상가 루드비히 폰 미제스는 스미스를 옹호하고, 독일 역사학파의 거장 구스타프 슈몰러는 홉스를 돕는 증인으로 등장해 자유주의와 복지 등의 논쟁점에 살을 붙인다.

팽팽한 논쟁이 이어질수록 그들의 논리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미스는 자신이 ‘시장 만능주의자’라는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한다. 두 사람의 논쟁은 ‘시장이냐 국가냐’ 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시장과 국가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혼의 경제학’을 주장한 베커는 행동경제학자들과 맞붙는다. 베커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애는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저출산은 아이를 많이 낳는 효용보다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경제학의 제국주의’라며 베커를 기소한다. 비경제학적 분야에까지 경제학의 잣대를 들이대 사랑을 전제로 하는 신성한 결혼을 모독했다는 이유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 경제학의 기본 토대 자체가 잘못됐다”며 “인간은 감정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현실에서 벌어지는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의법정 수업의 열띤 토론을 따라가면 어느새 10명의 경제학자와 함께 인구, 식량, 세계화, 복지, 기업가정신, 재정과 통화정책 등 현대사회가 부닥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적자생존의 논리로만 경제학 이론을 펼치려 한 ‘오만함’은 없었는지, 감정의 논리에 치우쳐 ‘부자와 권력자는 이해와 동정의 능력이 없는 무정한 사람들’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문한다. 전작인 명작의 경제에서 세계문학 속 경제 원리와 정치·사회 현상을 문학적 감성으로 함께 풀어낸 저자는 이 책에서도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를 인용해 경제학 이론을 쉽게 풀어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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